↑ 맨 위로

들어가며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10초간 참았다가

천천히 내뱉으면서 몸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느낌을 상상한다.
몸이 점점 가라앉는 상상을 하다보면, 팔이나 어깨 가슴 종아리 발가락 등등 근육이 누워있는데도 긴장을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왜 일까? 누워있을때도 몸의 긴장이 계속된다.

picture

"발 닦고 자."

언제였더라, 여느 때와 같이 잠들기 위해 애쓰던 중이었다.

한참 뒤척이던 중 무심결에 발바닥을 맞대고 비볐는데 피부가 건조한게 느껴지고, 불쾌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곧장 바디로션을 발바닥에 발랐다. 불쾌함은 사라졌고, 신기하게도 금새 잠까지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이 일을 떠올리며“발 닦고 잠이나 자.”라는 말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 다음부터 필자는 잠이 잘 안오면 발바닥을 점검하곤 했다.

발바닥 점검은 오늘날까지도 필자의 중요한 수면의례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발바닥은 몸의 안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위다. 발바닥은 일과 동안 몸이 직립자세를 유지하며 바닥과 계속 맞닿고 자극을 받는 부위다. 몸은 서 있는 동안, 자세를 바꾸고 이동하는 신체의 균형을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 모든 근육의 긴장과 균형감각의 판단이 발바닥과 관련이 있다. 바닥이 울퉁불퉁하고 기울어져 있는 곳에서 몸은 더 많은 집중과 긴장을 부담한다.

균형은 생존에 중요한 만큼 직립자세에서 발바닥의 감각과 온몸의 긴장은 필수불가결하다. 그러나 직립자세가 아닌 상태에서도 발바닥이 땅에 닿아있는 느낌이 난다면 어떨까? 바닥에 누운 상태에서 발바닥을 벽에 대보라. 그닥 유쾌한 기분은 아닐 것이다. 누워있는데 서있는 기분. 머리로는 직립상태가 아님을 알아도 몸이 불편하다. 그러니 잠들기 전에 몸에게 직립상태를 마쳤다는 감각을 주는게 중요하다.


현대인은 양말을 신고, 신발을 신고, 정교하게 다듬어진 평지에서 생활한다. 시야는 트여있으며, 사방은 막혀있고, HVAC은 안정된 온습도를 제공한다. 해수구제로 호랑이의 습격이나 뱀, 거미의 독니는 없다. 직장상사나 연인의 카톡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아드레날린이 솓구칠 때도 당신은 따뜻한 이불 속에 있다.

picture

불과 100년전까지 인간의 몸에 긴장상태는 주로 이러했을 것이다.

곰과 대처한 상황, 조그만 소리나 움직임에도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체온 상승과 심장박동. 늑대에게 쫒기는 산길, 울퉁불퉁한 지형에서 달리는데 필요한 발바닥 감각과 균형감.

picture

그러나 당신은 현대인이기에 직장상사나 연인의 카톡으로부터 곰이나 늑대, 울퉁불퉁한 지형을 도저히 겪을 수 없다. 그래서 갑자기 나를 두근거리게 만드는 이 느낌을 어찌할 바를 모르고 감각은 더욱 과민해져가며, 급기야는 그 긴장 속에 뛰어들어가는 것이 그 긴장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여길 것이다. 마치 벌레를 무서워하는 사람이 벌레로부터 도망치면서도 벌레가 죽거나 멀리 달아나버렸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하기 위해 벌레에 집중하는 것처럼.

pic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