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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위생

디지털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그 자유분방함이 특징인 도구 디지털 말이다. 메뉴얼이 있는가? 있다. 우리는 디지털의 심각성을 안다. 그래서 많은 규약들이 생겨났고, 그러한 규약들은 물론 가치있는 약속이다. 많은 지성들이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연구하고 닦아온 필수적인 메뉴얼이 있다. 그러나 인간의 행동조건을 바꾸는 근엄한 얼굴의 법, 경제, 의학, 사회학 등이 설정한 메뉴얼은 한계가 있다. 그것들은 기분과 맨얼굴과 알몸에 관련하지 않는다. 시스템이 설정한 메뉴얼은 어찌되었건 계정과 계좌에 관한 것이다. 심각한 문제(디지털범죄, 디지털중독, 저작권 등등)시스템을 거쳐 해결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더 자주 발생하지만 시스템이 보호하는 테두리 밖에 있는 문제들은 사실상 방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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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인류에게 많은 혜택을 가져왔고, 생활은 간소해졌다. 더 중요하게 기술은 일상의 신체의 직접적인 안전을 제공했다. 더 이상 한끼 식사를 위해 고기를 사냥하고 피를 뺄 필요가 없다. 날카로운 칼붙이, 불이 없어도 되고, 식량을 보관하고 있는 사람과 유대, 아니 누군가와 대면하지 않아도 된다. 기술 덕분에 인류는 이제 많은 의례를 미신이나 전통, 문화, 취향, 성격에 의한 결과로 바꿔놓았다. 그러나 통상 가치있는 의례는 개인과 공동의 안전을 위한 지혜로부터 나온다. 기술이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하면서 필요 없어진 인간의 행동양식 중에는 가치있는 것도 있다. 가능하다고 해서 꼭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필수가 아니라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술은 인류에게 많은 혜택을 가져왔고, 생활은 간소해졌다. 그렇기에 작가는 우리가 좀 더 자유로운 상태에서 가치있는 의례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작가는 기술이 열어놓은 자유로움 속에 인간존엄성을 예술적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겨난다고 본다.

손씻기가 감기를 예방하는 것처럼, 병리적 상태를 예방하는 위생이라는 개념이 있다. 디지털에 관하여도 그런것이 있을까? 널리 알려져 있듯, 디지털 디톡스가 바로 그 예가 될 것이다. 디지털 중독을 막는 해독제. 작가는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는 이들을 보며 공감했다. 그러나 한편, 작가는 디지털이 해독이 필요한 독소라기보다 그저 오랜 직립상태에 가깝다고 느꼈다. 마치 작가가 취침 전에 발바닥을 점검하듯, 디지털-직립상태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고안해보고 싶었다. 그 방법은 디지털을 씻어내는 샤워실을 설계하는 메뉴얼을 만드는 것이였다.